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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본에 대해 관심이 많고 EDA쪽에 있어서 일본엔지니어와 만날 기회가 있어서, 느꼈던 부분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물론 SoC 기술력은 일본이 앞서갑니다.
다만 HDL기술력만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와 일본이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일본 서점에 가보면 VHDL이나 VerilogHDL에 대한 책은 우리나라 서점보다도 훨씬 적습니다.
비교적 영어로 된 HDL책을 잘 보는 우리나라 엔지니어에 비해,
영어책을 싫어하는 일본엔지니어들을 생각한다면 HDL관련책들은 아주 적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대기업이 일본 대기업보다 앞선 EDA툴을 쓰기도 합니다.
일본의 HDL전문 잡지를 보면 HDL 수준은 우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HDL기술력 이라는 것만으로 보면, C 기술력을 비교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과 인도, 일본과 한국 어느나라가 C 기술력이 앞서냐고 묻는다면 우문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이란 무엇일까요?
Intel의 CPU기술력을 부러워 하면서도, 다른 회사들이 쉽게 앞서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계적으로 나날이 인기를 더해가는 ARM CPU는 단 두 명의 엔지니어가 스키메틱으로 설계한 IC라는 데,
수백명의 엔지니어를 동원한 다른 회사들이 ARM의 명성을 못 이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SoC 기술력을 작은 범위로 본다면 Chip의 사양을 받아서, 동작하는 Chip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Chip의 사양을 받아서 동작하는 Chip을 만드는 기술력 자체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크게 뒤진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본은 비메모리에 있어서 우리나라보다 10~20년이상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경험있는 엔지니어의 숫자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엔지니어의 숫자가 아직 충분히 모자랍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사람찾느라 고민하시는 프로젝트 팀장님들은 동의하실 겁니다. 더 반가운 소식은 요즘 이공대 자퇴생들이 많다고 하니 5~10년 뒤에는 엔지니어 숫자가 절대적으로 뒤지게 되겠지요. 우리 밥줄이 더 튼튼해진다는 얘기지요.~_~!)
SoC의 기술력은 큰 범위로 본다면, 시장이 원하는 Chip의 사양을 만들고, 시스템에 적용시키는 것은 물론, 시장에 마케팅을 하는 부분까지를 다 포함합니다.
시장이 원하는 IC의 사양을 만드는 기술은 확실히 미국이 앞서갑니다. 미국애들을 보면 시스템이 나오기 전에 사양을 먼저 만들고, 그 다음에 IC를 만들어 시스템 회사들이 쓰게 만드는, 이해할 수 없는 능력이 있습니다. 시스템 회사에 IC를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놀라운 수완을 갖고 있습니다.
Intel의 CPU는 시장분석에서 공정기술까지, 인력면에서나 기술면에서나 최대, 최첨단을 달리기 때문에 거론할 필요가 없지만, ARM의 경우를 보면 시장이 필요한 사양을 두 명의 엔지니어가 단순하게 만들어낸 과정이나, 그것을 세계적인 제품으로 포장해낸 마케팅 기술을 분석해 보시면 재미있으실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세계적인 가전 기업으로 커가면서 시장을 선도해 나갔습니다. 자기회사 제품에 필요한 사양을 스스로 적용시키는 비메모리 기술이 발전하였습니다. 필요해서 IC를 만들었고 자기가 소화하니,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었죠. 가전이 잘 팔리니 시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IC개발측면에서도 일본엔지니어들의 장인정신이 조금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이제 IT 분야에서 장인정신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시장이 원하는 사양을 만드는 기술은 부족합니다. 다행히 가전 기술은 일본을 따라잡고 있습니다. S사나 L사에서 그래도 IC를 만들어서 쓸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자연스럽게 SoC 기술력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난 몇년간 한국 SoC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로 저는 MP3를 꼽습니다. MP3 IC에 관련된 기술은 일본이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사간 IC기술이기 때문입니다. SoC에서 앞서가는 일본이 한국에서 기술을 사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시장이 원하는 사양을 분석하고 재빠르게 대처하는 측면에서 한국이 앞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자기들이 주장한 사양인 MD로 끝까지 시장을 이끌려고 했습니다. 그 때 한국의 용감한(?) 벤처들은 MP3를 재빨리 개발해 냈죠. 일본이 MP3로 가는 대세를 따라야 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한국의 MP3 기술이 궤도에 올라선 이후였습니다. 일본회사들은 MP3 개발팀을 만들어 바닥부터 시작하느니, 값싼(?) 한국의 기술력을 도입하기로 한 거죠. SoC분야에서 한국의 작은 승리였습니다. 물론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SoC 기술이 일본에 비해 얼마냐 뒤지느냐 하는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이미 사양만 있다면 SoC IC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은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것은 이미 중국도 사양만 있다면 SoC IC를 만들 수 있는 인력(한국인을 포함한)과 Fab(공장)이 있다는 사실이지요)
SoC에 있어서의 싸움의 키포인트는, 시장이 원하는 사양을 찾아내는 기술과, 얼마나 재빨리 개발해서 시장에 마케팅을 하느냐 하는 능력, 그리고 치고 빠지는 작전, 다시 새로운 시장의 요구를 재빠르게 적용시키는 순발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진성 (jinsung@jmj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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