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뛰어난 엔지니어를 보면 총든 어린아이와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 막강한 위력을 가진 총이 있지만, 자신이 가진 총의 위력도 모르고 어디에 써야 할지도 모르면서, 결국은 나쁜 어른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총만 빼앗기는...
기술만 열심히 갈고 닦으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기술은 매번 새로운 것이 나옵니다. 동아리에 들어 똑똑한 동기넘들 후배님들 덕분에 많은 프로그래밍 기술을 접할 수 있었고, 회사에 들어가 많은 프로그래밍들을 해 봤지만, 언어는 계속 새로 나옵니다. (제가 해 본 언어: Basic, ASM, Fortran, Pascal, Cobol, C, Visual C++, Delphi, JAVA, Perl, Cshell, Lisp, Skill, Scheme, TclTk, VHDL, Verilog)
엔지니어란 무엇일까요? 저는 기술을 파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길거리에서 사과를 판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살 마음이 생기게 사과를 광을내서 보기좋게 진열해 놓고,
값을 깍아주기도 하고, 철이 지나면 다른 과일로 바꿔 가면서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과만 좋다고 다 팔리는 게 아닙니다.
사과를 1000원에 사와서 200원에 파는 바보는 없을 것입니다.
시장 상인들이 전부 사과만 팔아서 값이 200원까지 떨어졌는데, 1000원에 팔겠다고 우기는 것도 바보짓입니다.
시장 사람들이 다 사과를 팔고 있으니까, 나도 사과를 팔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뒷북장사는 없겠지요.
그런데 엔지니어는 자기 사과(기술)를 팔면서 그런 행동을 합니다.
우선 엔지니어는 자신의 사과가 얼마인지 모릅니다.
시장에 얼마나 많은 사과장수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과일을 내다 팔아야 잘 팔릴지도 모릅니다.
그냥 죽어라고 자신의 사과를 가꾸고 키우면서, 누군가가 후한 값에 사주기만 기다립니다.
이제 자기 사과를 가꾸기만 할 것이 아니라, 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몇년전에 일본에서 태풍으로 사과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큰 피해를 봤습니다.
나무에서 대부분의 사과가 떨어져 버리고 몇개 남지 않았던 것이지요.
엔지니어라면 체념하겠지요. 내년사과 농사나 잘 짓자 (다시 기술 개발을 열심히 하자)고 다짐할 겁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나무에 몇개남은 사과를 포장하면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100개중 떨어지지 않고 남은 1개의 사과"
이 사과는 그 해 대학입시 선물로 최고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천원짜리 사과가 10만원에도 살 수 없는 사과로 둔갑한 것입니다.
엔지니어를 기술장수라고 생각하느냐 기술추구자라고 생각하느냐는 각자의 선택일 것입니다.
저는 엔지니어가 살아남을 수 있는 한 방편이 기술장수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
|
